김여사도 드리프트 한다는 핀란드…얼마나 대단하기에
  • 핀란드=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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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27 18:55
김여사도 드리프트 한다는 핀란드…얼마나 대단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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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운전을 잘하는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 '김여사'마저도 마트에 드리프트를 하며 다닌다는 소문에 잔뜩 기대하고 도로를 살폈다. 도로에 온통 키미라이코넨만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도로가 차분했다. 과속을 하는 차도, 신호를 위반하는 차도 없어 오히려 우리 도로보다 훨씬 조용하다. 신호가 없는 도로라도 횡단보도에 발을 내려놓는 순간 양 방향 모든 차가 멈춰서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 핀란드 도로는 트램(노면전차)와 자동차가 같은 도로에서 달린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는 많은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막히는 곳이 거의 없었고 차는 꽤 빠르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여유가 있다. 신호등, 횡단보도에 관계없이 사람이 도로에 내리면 당연히 차를 세운다. 철저하게 보행자가 우선이고 길을 막은 차가 있어도 경적한번 울리지 않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나 우습게 보는 것은 금물. 핀란드는 어쩔 수 없이 전 국민이 운전에 도가 텄기 때문이다. 1년 중 절반이 겨울인데다 평균 기온은 영하 20~25도. 날이 추우니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온 나라를 덮어버린다. 얼음과 눈이 허리춤까지 쌓인 도로를 달려야만 하니 잘할 수밖에.

▲ 핀란드 사람들은 눈 덮인 도로를 달리다 보니 운전 실력이 좋아진 듯했다

덕분에 핀란드인 핏줄에는 운전에 특화된 DNA가 생겼나 보다. WRC부터 F1에 이르기까지 모터스포츠에는 유독 핀란드 출신 드라이버가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플라잉핀(Flying Finn)'이라고 따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랠리 뿐 아니라 F1에 출전하는 페라리 팀 '키미 라이코넨'과 윌리엄스 팀 '발테리 보타스'도 핀란드 출신이다. 

▲ 핀란드 운전면허시험. 젖은 노면에서 드리프트를 해야 한다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도 국내와는 차원이 다르다.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언더스티어·오버스티어 코스를 비롯, 야생 동물이 튀어나오는 시뮬레이션 등 총 9단계의 코스를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힘든 과정을 거쳐 시험을 통과해도 받을 수 있는 건 임시면허뿐이다. 2년 동안 무사고, 무법규위반을 지켜야만 본 면허를 딸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핀란드를 직접 주행해보니 저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사륜구동차에 징이 박힌 스터드 타이어까지 꼈음에도 순간순간 미끄러진다. 어떻게 이런길을 씽씽 달리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 핀란드 겨울은 오후 4시만 되어도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핀란드에는 겨울엔 반드시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됐다. 눈이 쌓여 길이 워낙 미끄럽다 보니 정부에서 10~11월쯤 겨울용 타이어를 끼우도록 공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무거운 벌금을 매긴다. 사실 굳이 법이 아니더라도 겨울용 타이어는 핀란드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 핀란드 겨울에는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징 박힌 스터드 타이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핀란드 대부분의 주차장에는 자동차 보닛에 올려놓는 히터도 준비돼 있다. 너무 추운 날씨 탓에 냉각수가 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안개가 짙어졌는데, 이 지역에는 안개등을 추가로 장착한 차량도 꽤 있다. 스터드 타이어를 낀 차량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핀란드 사람들은 혹독한 기후 탓에 본의 아니게 운전을 잘해야 하고, 잘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태어났다. 미끄러운 눈길, 얼음길, 숲들이 가득한 도로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핀란드인들은 운전 실력이 가장 뛰어난 운전자들임에도 결코 방심하지 않았고 조심스레 운전했다. 특히 마음에 여유를 갖는 운전 습관은 우리나라에서도 꼭 배워야 할 덕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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