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현대차 넥쏘 '무조건 사라'…단, 여기 사는 사람만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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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0 19:11
[전승용 칼럼] 현대차 넥쏘 '무조건 사라'…단, 여기 사는 사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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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중형 SUV 수소차인 넥쏘가 예약판매 하루 만에 733대가 예약됐다고 합니다.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1시간 만에 500여대가 몰려 한 때 시스템이 지연되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400km를 달리는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까 걱정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넥쏘 예약하신 분들 정말 잘하셨습니다. 이 차는 사면 무조건 이익입니다. 차 자체가 매우 좋은 데다가,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금도 올해가 최대치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올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수소차는 총 240여대입니다. 원래 정부가 책정한 대수는 158대였는데, 작년 이월된 금액까지 포함돼 80여대를 더 받을수 있게 됐습니다. 예정보다 기회가 더 늘어난 것이죠. 

게다가 지원금을 받을 경우 넥쏘의 실제 구매 가격은 3390~3720만원 수준입니다. 정부 2250만원에 지자체 1000~1250만원 등 최대 35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같은 중형 SUV인 신형 싼타페 풀옵션 모델(441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상품성에서 신형 싼타페보다 떨어지냐. 그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뿐 아니라 실내외 디자인과 사양에서 신형 싼타페를 압도할 정도로 우수합니다. 넥쏘는 현대차그룹에서 완전 새롭게 만든 첫 수소차인 데다가, 애초에 많이 팔 생각으로 만든 모델도 아니다 보니 꽤 공을 들였습니다. 특히, 35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까지 고려해 원가절감 따위는 신경 안 쓰고 고급스럽게 만들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지비도 더 져렴하죠. 각 충전소마다 다르지만 수소 1kg을 충전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8000원 수준입니다. 넥쏘에는 6.33kg짜리 수소통이 들어있어 한 번 완충하는데 5만원 정도가 듭니다. 5만원으로 600km를 달리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죠.

 

결국 문제는 충전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소차 자체가 충전소가 없으면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예약도 수소충전소가 있는 서울과 울산, 광주, 창원 등을 위주로 받았습니다. 충전하기 위해 매번 수십~수백km를 왔다갔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차량 구매비를 지원하기 보다는 충전소를 늘리는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한 곳을 세우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억원이라고 합니다. 물론, 부지 선정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쉽게 세우기 어렵지만, 어쨌든 수소차를 늘리기 위해서는 충전소가 필수입니다. 이런 점에서는 전기차보다 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각 지역에 따라 넥쏘 몇 대에 지원금이 배정됐는지, 충전소는 어디에 있는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곳에 사는 분들은 넥쏘 구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우선, 서울의 경우 겨우 4대만 배정됐습니다. 매우 적죠? 다 이유가 있습니다. 충전소는 양재동과 상암동에 2곳이 있는데, 일반인 충전은 상암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암동 충전소는 노후화로 인해 충전 압력이 350bar밖에 안 됩니다. 700bar가 돼야 완충이 가능한데, 이 절반 수준이어서 수소통을 50% 밖에 못 사용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질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어렵고, 덕분에 지원금 배정도 적은 것이죠. 이용 시간도 월~금 09:00~18:00 까지여서 더 불편할 듯합니다.

참고로 상암동 충전소는 난지한강공원에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서울 모래내 우체국까지 5.5 km, 약 16분이 걸리네요(이하 3월20일 17시 기준). 

 

광주에는 광산구 진곡산단중앙로에 광주 수소 융합세테이션이 있습니다. 지원금 배정 물량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른 매체에 따르면 약 66대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용 시간은 월~금 09:00~18:00 까지 입니다. 광주에는 4월 중 이 충전소 이외에 신규충전소가 1개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광주 수소 융합세테이션은 인근의 신용근린공원까지 12.5km, 약 19분이 걸립니다. 근처에 주거 지역이 많은 만큼, 많은 분들이 신청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창원은 의창구 팔용동 소계로에 팔용 충전소가 있습니다. 배정 물량은 광주처럼 공식 자료가 없지만, 57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용 시간은 월~금 09:00~18:00 까지 입니다. 팔용 충전소에서 인근의 경상남도청까지는 9.5km, 약 19분이 소요됩니다.

울산은 현대차의 성지답게 2개의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원금 배정 물량도 95대로 가장 많네요. 적극적인 구매가 예상됩니다.

 

남구 장생포고래로 29번길에 있는 매암 충전소의 경우 인근의 울산중구문화의거리까지 12.1km, 약 23분이 걸립니다. 충전소 운영 시간은 10:00~20:00로, 휴일 없이 연중무휴입니다. 

남구 남부순환도로에 있는 옥동 충전소는 인근의 울산광역시청까지 7.3km, 약 24분이 걸립니다. 차가 꽤 막히는 동네네요. 충전소 운영 시간은 09:00~18:00, 연중무휴입니다.

 

예약된 넥쏘를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게 없다고 합니다. 시스템 자체가 현대차에서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 예약을 받고 지자체에 명단을 넘기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지자체가 추첨이든 선착순이든 당첨자를 뽑아 현대차에 보내면 차량 판매가 이뤄지는 겁니다.

어쨌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소차를 살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미래 자동차가 전기차로 갈지 수소차로 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충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넥쏘는 무조건 사야할 그런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예를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일본의 경우 도요타와 혼다, 닛산 등의 자동차 회사가 연합해 정부 및 지자체와 함께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수소를 만들어내는 철강회사와 충전소를 건설하는 에너지회사가 함께 하는 등 나라 전체가 정책적으로 수소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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