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김상영] 주저앉은 한국GM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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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7 12:25
[주간김상영] 주저앉은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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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한국GM의 판매는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GM이 주저앉은 사이, 쌍용차는 냉큼 내수시장 3위로 올라섰습니다. 창사 이래 두번째입니다. 설 연휴로 인해 영업 일수가 부족했지만 한국GM과 대조적으로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영업 일수 축소는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얘기겠죠.

 

그동안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판매는 8년 연속으로 상승했습니다. 특히 2011년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내수 판매는 큰 폭으로 올랐죠. 2013년에는 9.8%, 2016년에는 9.9%까지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말리부와 스파크는 꾸준하게 판매됐고, 트랙스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한국GM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쉐보레 브랜드 도입 이후 한국GM은 매년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해 나갔습니다.

잘 나가던 한국GM은 지난해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18만275대를 팔았던 한국GM은 2017년에는 13만2377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습니다. 전체 내수 판매는 무려 26.6% 줄어들었습니다. 판매가 잠시 주춤한게 아니라,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신차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고, 주력 모델의 판매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신형 크루즈는 소비자들이 쉽게 납득하기 힘든 가격표가 붙으면서 신차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또 큰 주목을 받았던 말리부는 빠르게 인기가 수그러들었고, 한국GM의 판매를 견인했던 스파크도 경차 시장 축소로 인해 큰 폭으로 판매가 줄었습니다. SUV가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GM은 유행에 편승할 새로운 신차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제품 경쟁력이 턱없이 낮아진 상황을 무이자 및 초저금리 할부 등으로 가까스로 버텼지만, 지난달 군산공장의 폐쇄가 발표되면서 파격적인 프로모션마저 한국GM의 추락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한국GM은 내수 시장에서 총 5804대를 팔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4% 판매가 줄었죠. 최근 10년 동안 가장 부진한 월간판매 실적입니다. 심지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훨씬 작았던 대우자동차 시절에도 이렇게 못 팔았던 적은 드물었습니다. 분명, 큰 문제가 생긴거죠.

▲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한국GM은 공장을 잃은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철수설과 공장 폐쇄설을 한국GM은 극구 부인했습니다. 카허 카젬(Kaher Kazem) 사장이 GM인도 법인의 문을 닫고 한국으로 왔을 때도 한국GM은 “현재 GM은 성장 가능한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한국은 여기에 포함된다”며 밝은 미래를 강조했습니다.

GM이 말하는 ‘성장 가능한 시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알 순 없습니다. 한국의 모든 공장을 매각하고, 한국의 GM 디자인 센터만 운영해도 GM에게는 ‘성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GM에서 점차 ‘한국’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또 시장에서의 입지는 작아지고 있는데, GM의 요구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뻔뻔해지고 있습니다. 구조조정 비용의 일부도 산업은행과 정부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죠.

경쟁력이 부족한 제품, 브랜드의 불투명한 미래, 믿음이 가지 않는 모기업 등의 불안요소를 떠안고 한국GM의 제품을 선뜻 선택할 소비자는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GM은 보증기간 연장, 파격 프로모션 등의 사탕발림이 아닌, 스스로의 ‘지속 가능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한국GM은 유럽과 인도, 호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소멸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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