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유럽인에게 현대차란?…고성능 'N'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 좋아요 0
  • 승인 2018.02.19 14:21
[이완 칼럼] 유럽인에게 현대차란?…고성능 'N'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 댓글 0
  • 승인 2018.02.19 14: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짧은 기간 국내외에서 커다란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저가 모델들로 시작된 그들의 수출 역사는 이제 제네시스 브랜드 등으로 이어지며 점점 고급화되고 있죠. 디자인과 성능 등에서 분명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논란과 비판 속에 있지만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점유율 및 이미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죠. 특히 보수적이라는 유럽에서 현대는 WRC나 내구레이스 등에 적극 참여해 성과를 내고 있고, 꾸준히 월드컵 후원사로 축구 좋아하는 유럽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이 보는 현대차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이처럼 많은 노력에 비례한 결실을 맺고 있을까요? 최근 현대에 대한 유럽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자료가 하나 공개됐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열성적 독자를 보유한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이하 AMS)는 '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트렌드'라는 제목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28년째 이뤄지고 있는 이 설문은 올해 11만 명 이상(117,118명)의 자동차 팬들이 참여했습니다. 독일 잡지이기는 하지만 독일 외 유럽 여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독자들의 의견이 반영돼 있다고 하겠습니다. 규모도 크고 설문 항목도 다양하고 신뢰도 또한 높은 편입니다. 올해엔 12개 주요 제조사의 결과가 공개됐는데, 지금부터 그 조사된 내용을 통해 현대차의 유럽 이미지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술력 향상 부문-11위

우선 자동차 회사의 가치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기술력 향상 부문에서 유럽인들은 현대차의 수준을 어떻게 봤을까요? 아쉽게도 12개 브랜드 중 11위에 머물렀습니다.

이 항목은 제조사의 기술 수준을 묻는 게 아니라, 기술 향상의 정도, 즉 '기술 개발에 얼마나 투자했고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독일 제조사들이 높은 지지를 받긴 했지만 작년에 비하면 1~3% 정도 지지율이 하락한 결과였는데요. 반대로 현대는 1% 상승했습니다. 볼보가 전체적인 하락세 분위기 속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네요.

# 신뢰도 부분-9위

기술뿐만 아니라 그 외 서비스 등, 복합적 요인이 포함된 '브랜드 신뢰도 항목'에서 현대는 12개 후보들 중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부분 중 하나로 보입니다.

역시 독일 제조사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작년에 비하면 이 항목 역시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하락했습니다. 제조사들 사이의 담합 의혹이 알려지면서 이것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성장세를 보인 곳은 볼보(2% 성장)와 현대차(1%) 뿐이었습니다.

# 가성비 부문-공동 2위

가성비라는 것은 판매 가격 대비해 자동차의 가치, 성능의 정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 부분에서 현대는 공동 2위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전히 현대차를 유럽인들은 가성비 좋은 브랜드로 보고 있었고, 이런 인식은 오히려 더 강화가 됐습니다. 5년 (거리 무제한) 무상 보증, 풍부한 기본 사양 적용 등이 이런 이미지 강화에 여전히 큰 몫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좋은 디자인 부문-11위

디자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래서 이 부분에서 분명한 성과를 이뤘다고 봤지만 정작 유럽인들은 여전히 현대차의 스타일에 아직은 마음을 확 열지 않은 듯합니다. 결과는 전년보다 더 나아졌으나 토요타가 아니었다면 최하위에 머물 뻔했네요.

디자인에 민감한 유럽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현대는 실내 디자인의 개선, 그리고 전반적인 스타일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수라고 한다면 새로운 SUV 패밀리룩일 텐데, 과연 어떻게 평가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독일 메이커들에 대해 부연하자면, 지난 10년 동안 압도적 위치에 있던 아우디는 2012년 이후 디자인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며 1위 자리를 내줬고, 비슷한 시기 높은 상승세를 보였던 BMW 역시 2013년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하락했습니다. 두 메이커는 이런 소비자의 생각을 긴장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반면 벤츠는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개선이 되었다는 쪽으로 소비자들은 판단했습니다. 재규어 역시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볼보는 새로운 패밀리룩이 확실한 호평을 받으며 2016년부터 이 부분에서 크게 지지율이 상승하며 선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11위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BMW가 46%로 1위를 차지했네요. 독일은 물론 유럽 내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나 아우디에 밀려 판매량이 3위로 내려앉았지만 브랜드 호감도, 선호도에서는 여전히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현대는 토요타와 함께 가장 낮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유럽 시장을 공략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강하게 이미지를 심고 유럽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지속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이 결과가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 N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전체적으로 볼보가 가성비를 제외하면 8개 항목 모두에서 작년보다 더 좋은 지지율을 보여 가장 높은 성장을 보였습니다. 확실히 볼보의 디자인, 미래 방향성, 안전 기술에 대한 꾸준한 노력 등이 계속해서 좋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준 게 아닌가 싶네요.

현대차는 가성비를 제외하면 여전히 전반적으로 지지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부분 브랜드가 전년과 비교해 마이너스 지지를 받은 것을 생각하면 그래도 2017년은 선전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오닉의 등장으로 친환경 이미지가 조금 좋아졌지만 조립 마감 항목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인식됐고, 무엇보다 스포티한 자동차를 항목에서는 0%로 꼴찌를 보이고 말았습니다.  

토요타나 스코다도 이 항목에서는 1%라는 지지율이 나왔는데 굉장히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양한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스포티한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것이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듯한데요.

AMS는 현대차에 대한 평가에서 '몇 부분에서 성장이 있었고, 디자인과 다이내믹 부분에서는 고객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현대는 N 브랜드를 통해 감성 지수의 상승을 기다린다'라고 표현한 대목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N 브랜드는 유럽인들이 좋아하는 고성능 콤팩트 해치백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N 브랜드는 그 자신의 가치는 물론 현대차 전체 이미지를 유럽 시장에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에겐 중요한 전략 브랜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성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왔고, 부담 없는 차 가격과 풍부한 사양, 그리고 긴 무상보증 기간 등으로 승부를 해왔던 현대에게 N 브랜드는 다른 경쟁력이 있음을 유럽인들에게 보여주는 첫 번째 제대로 된 도전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 부분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고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후에 들어올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현대는 유럽에서 N 브랜드를 보다 전략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안전한 길로만 왔던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지 말고 과감해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설령 어떤 부분에서 실패하더라도 이런 과정이 있어야 현대라는 브랜드를 유럽인들에게 지금보다 의미 있게 각인시킬 수 있습니다. 현대 특유의 계산기 두드리는 접근법으로는 N 브랜드는 언제든 조용히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 시장 도전 제2막은 N 브랜드를 통해 열겠다는 다짐과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데, 현대차는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까?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