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결산①-경차] 모닝 vs 스파크, 자존심 싸움에서 생존의 문제로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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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3 11:52
[연말 결산①-경차] 모닝 vs 스파크, 자존심 싸움에서 생존의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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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시장이 크게 하락했다. 1·2위 싸움보다 판매량이 더욱 중요한 시장이 됐다. 지금까지가 자존심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생존의 문제로 바뀐 셈이다. 

모터그래프 조사에 따르면 작년 국산 경차 판매량은 13만8202대로, 전년(17만2987대) 대비 20.1%나 하락했다. 상반기에 있었던 모닝과 스파크의 눈치 싸움도 잠시, 더욱 줄어드는 실적에 양사가 모두 프로모션을 늘렸지만 실적은 오히려 감소했다.

모닝은 7만437대로 6.3% 줄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1월에 풀체인지된 신모델을 내놨음에도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대표 경차인 모닝이 끝물이던 구형보다 5만여대가 적게 팔렸다는 것은 경차 시장의 심각한 위기라 할 수 있다. 

신나게 신차 효과를 봤던 스파크는 무려 39.5%나 하락했다. 7만8035대로 모닝을 제치고 경차 1위를 차지한 기쁨도 잠시, 작년에는 4만7244대로 3만대가량 감소했다. 볼륨 모델이었던 스파크가 줄어듦에 따라 한국GM의 실적도 크게 하락했다. 

당초 올해 경차 시장은 꽤 재미난 구도였다. 스파크가 연초부터 나오는 신형 모닝을 견제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고, 이에 맞서 기아차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막상 뚜껑을 열자 모닝의 신차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했고, 스파크는 적극적인 움직임 대신 관망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경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서 스파크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으며, 나온지 얼마 안된 모닝도 출혈 경쟁에 끼어들게 됐다.

그럼에도 경차 판매량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반기(1~6월) 17.7%였던 하락세는 연말 20.1%까지 늘어났다. 프로모션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늘리기는커녕 현상 유지 역할도 제대로 못한 것이다.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경차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상품성도 좋아졌지만, 경차 대신 살 수 있는 대안은 더 많이 늘어났다. 두 번째는 B세그먼트 SUV의 약진이다. 가격도 비슷한 데다가, 디자인·성능·사양 등 상품성에서 우위에 있다. 특히, 경차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여성이 대거 넘어가면서 전체적으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경차 시장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뜩이나 하락세였던 시장이 B세그먼트 SUV에 소비자를 빼앗기며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별다른 대안도 없다. 신차가 이미 다 나온 상태에서 프로모션 역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시장 특성상 새로운 신규 모델 투입도 불가능해 당분간 힘든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레이는 박스카 특유의 유니크한 상품성을 앞세워 꾸준한 실적을 유지했다. 작년 판매량은 2만521대로 3.5%가 늘었을 정도다. 특히, 하반기에 실시한 페이스리프트의 효과 덕분인지 12월에는 3068대까지 뛰어올랐다. 물론 조만간 다시 줄어들겠지만, 워낙 대안이 없는 차다 보니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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