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자동차 10대 뉴스…국산·수입 업계 ‘희비교차’
  • 신승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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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2.31 10:00
2017년 자동차 10대 뉴스…국산·수입 업계 ‘희비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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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내수 실적 하락과 함께 수장이 교체됐다. 국내 리콜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졸음운전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수입차 업계는 밝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상 처음으로 연 6만대 고지를 넘었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다시 기지개를 켰다. 이외 국산·수입 모두 SUV 및 RV 세그먼트와 하이브리드카 제품군이 성장세를 보였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을 되돌아보며, 국내 자동차 업계 10대 뉴스를 선정했다(무순).

# 현대기아차 中·美 부진…SUV에 발목 잡혀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량의 약 40%는 중국과 미국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올해 양대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이다. 중국에서는 올해 11월까지 전년대비 37.2% 감소한 98만2356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6만8590대로, 지난해보다 10.5% 하락했다. 

현대기아차는 빠르게 성장하는 SUV 시장에 대응하지 못했다. 중국의 경우 도시만 벗어나면 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이 같은 주행 환경은 크고 화려한 외관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과 결합해 SU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끌어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제한적인 SUV 라인업을 운영하며,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잃어갔다. 더욱이 지난해 사드(THAAD)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경제 보복과 시장 내 반한 감정 등이 더해져 판매 부진이 가속화됐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 미국 SUV 및 픽업트럭 시장은 200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도 SUV·픽업트럭 판매 비중은 60%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시장의 변화에 소극적인 자세로 대응했다. 더욱이 올해 법인시장 수요가 위축됨에 따라 쏘나타, 옵티마(K5) 등 세단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발목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오는 2020년까지 SUV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 그랜저 독주, 누가 막을쏘냐

 

국내 시장에서는 그랜저의 독주가 펼쳐졌다. 지난해 말 출시된 신차는 올해 월 평균 1만대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달성했다(1~11월 12만3000대). 

그랜저는 사상 첫 베스트셀링카 등극이 확실시되고 있다. 2위인 포터(9만4271대)와의 격차도 이미 상당하다. 

그랜저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는 것은 내수 시장 트렌드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 개인 구매 고객의 약 30%가 20~30대로 조사됐다. 역동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 고객층까지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가격 문턱을 낮추며 쏘나타는 물론, SM6와 말리부 등에 대한 잠재고객까지 끌어왔다는 평가다.

# 너 나 할 것 없는 SUV 전성시대

 

그랜저의 인기와 별개로 국내 시장에서는 SUV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티볼리를 필두로 빠르게 성장하던 B세그먼트급 SUV 시장은 올해 코나와 스토닉 등이 새롭게 가세하며 파이를 한층 더 키웠다. B세그먼트급 SUV 시장 규모는 이미 연 10만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쏘렌토와 카니발, G4렉스턴 등이 중대형 SUV 및 RV 시장 성장세를 견인했다. 특히, 쏘렌토는 지난 9월 사상 최초 월 1만대를 기록하는 등 올 한해 큰 인기를 누렸다. 

수입차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와 랜드로버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SUV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 연말 출시된 BMW X3와 볼보 XC60 등 신차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SUV 돌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한국GM 철수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한국GM은 철수설에 시달렸다. 먼저, 부진한 내수 실적과 수출 감소 등 여파로 공장가동률이 급락했다. 누적 적자 확대와 노사 갈등 고조, 그리고 제임스 김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 등은 GM의 지분매각제한 해제 시점과 맞물려 위기감을 급격히 높였다. 

게다가 인도에서 판매 조직 철수와 공장 매각 등을 주도했던 카허 카젬 사장의 부임은 한국GM 철수설을 부채질했다. 카젬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와 기자간담회 등 자리에서도 “경영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한국GM은 볼트EV와 에퀴녹스 등 수입 판매를 통해 내년 내수 시장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노조가 오는 1월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어려운 행보가 예상된다. 

# 르노삼성 첫 한국인 사장 사임

 

르노삼성 박동훈 사장이 사임했다. 박 사장은 1989년 한진건설 볼보 사업부를 시작으로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 그리고 폭스바겐코리아 초대 사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폭스바겐코리아를 이끌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2013년 9월 르노삼성 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직접 현장을 돌며 영업망을 복구했고, 세일즈·마케팅의 귀재답게 부족한 살림에도 기대 이상 성적을 거뒀다. 수입차에 이어 국산차 업계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 출범 후 첫 한국인 사장으로 선임됐다.

박동훈 사장은 지난해 SM6와 QM6 등 성공적인 출시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냈다. 2013년 6만대 수준에 머물렀던 르노삼성 내수 판매 실적은 2016년 11만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다만, 개인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아우디·폭스바겐 인증서류 조작 사태에 엮여 검찰 조사를 받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폭스바겐 허위·과장 광고로 고발한 명단에도 포함됐다. 더군다나 올해 르노삼성 내수 실적도 부진했다. 

박동훈 사장 후임은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이 선임됐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와 닛산, 그리고 파이낸셜계열사인 RCI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 첫 연 6만대 돌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지난해 수입차 최초 단일 브랜드 연 5만대 판매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1월 6만대 고지(1~11월 6만4902대)를 돌파했다. 

우선 11월까지 E클래스가 3만1113대나 판매됐다. E클래스 판매량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글로벌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와 함께 GLC, GLE 등 SUV 라인업 판매가 전년대비 37.5% 증가한 1만1359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BMW는 5만2840대를 판매했다. MINI 브랜드(8379대)를 포함, BMW그룹코리아도 연 6만대 수준에 다다랐다.

올해 수입차 예상등록대수는 23만5000대에 그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아우디·폭스바겐의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

# 아우디·폭스바겐, 기지개 켜다

 

디젤게이트와 인증서류 위조 문제로 사실상 판매가 중단됐던 아우디·폭스바겐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아우디는 올해 11월 신형 R8을 출시하며, 영업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A4, A6, A7, Q3, Q7 등은 앞서 7~8월 배출가스 및 소음 인증을 통과한 상황. 해당 차종들은 기타 인증을 마치고 내년 3월부터 차례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폭스바겐도 이달부터 아테온과 파사트GT, 신형 티구안 등 주요 신차의 사전계약을 접수 받고 있다. 아테온과 파사트GT는 내년 3월경 출고가 시작되며, 5월부터 신형 티구안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다만, 야심 차게 준비하던 온라인 판매는 잠정 보류됐다.

아우디·폭스바겐 판매가 재개될 경우, 현재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수입차 2강 체제 재편이 예상된다.

# 디젤차 줄고 하이브리드카 성장

 

디젤차는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유종별 신규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디젤차 비중은 45%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특히, 하이브리드카는 다양한 신차 출시에 따른 성장이 잇따랐다.

차종별로 니로가 월 평균 2000대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 3월 출시된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월 1500대 이상을 달성했다. 또한 아이오닉, 쏘나타 하이브리드, K7 하이브리드 등이 꾸준한 판매를 이어갔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ES300h와 프리우스, 어코드 하이브리드, 그리고 최근 출시된 캠리 하이브리드 등이 인기를 주도했다.

# 결함 리콜, 240만대 역대 최대 기록

 

올 한해 국내 자동차 리콜 대수는 총 240만8317대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안전결함 관련 국토교통부 리콜은 197만5531대, 배출가스 관련 환경부 리콜은 43만2786대로 각각 집계됐다. 여기에 이달 28일 발표된 NF쏘나타와 그랜저TG 리콜 91만5283대(2018년 1월 시행 리콜) 등을 더할 경우, 공식 발표된 총 리콜 규모는 330만대를 훌쩍 넘긴다.

안전 관련 주요 리콜은 싼타페 후드 결함(39만4000여대), 아반떼·K3 브레이크 페달 결함(30만6000여대), 세타II 엔진 결함(17만1000여대), 투싼·스포티지 리어 트레일링암 결함(15만여대), 스파크 엔진제어모듈 결함(11만1000여대), SM6 언더커버·워터펌프·LED 결함(9만4000여대), 쏘나타·제네시스 주차 브레이크등 결함(8만7000여대) 등이다. 

배출가스 관련 리콜은 투싼·스포티지 DPF 결함(21만8000여대), 아우디·폭스바겐 S/W 조작(10만9000여대) 등이다.

최근 리콜이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동차 기능이 복잡해지고 전자장비가 늘어남에 따라, 결함 발생률도 높아졌다. 이어 SNS와 인터넷 등을 통해 소비자 목소리가 커졌고, 디젤게이트 여파로 정부의 감시·감독이 한층 엄격해졌다.  

# 대형상용차 졸음운전 사고, 반복된 인재(人災)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올해 5월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에서 고속버스와 승합차가 추돌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7월에는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에서 광역버스가 앞선 차량들과 추돌하며,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졸음운전 등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장치 의무 장착을 확대했다. 비상자동제동장치(AEBS)와 차선이탈경고장치(LDWS) 등 적용 대상을 기존 11m 초과 승합차 및 총중량 20t 초과 화물특수차에서 모든 승합차와 총중량 3.5t 초과 화물·특수차로 확대할 것을 선언했다.

국회에서도 운전자 휴식시간 보장을 법률로 명시하고, 위반시 사업 등록 취소나 6개월 이내 사업 정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만,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이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이상 졸음운전 대형사고가 이어질 것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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