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프랑스 자동차 회사가 독일 회사의 엔진 기술을 불평하는 장면을 다 보게 된다. 독일 오펠을 인수한 PSA(푸조시트로엥)그룹이 이 회사 엔진 기술이 뒤쳐졌다며 GM에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코미디 같은 이번 사건은 나름의 배경이 있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전략 강화 및 소비자들의 탈 디젤 심리가 맞물리면서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PSA는 오펠의 엔진이 비효율적이고 강화되는 EU의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GM에 인수 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8억유로(약1조290억원)를 반환하라고 요구했다고 로이터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조사들은 2021년까지 강화가 예정돼 있는 EU규정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EU의 CO2 배출가스 기준은 1km당 130g까지 배출을 허용하지만 2021년에는 평균 95g 수준까지 낮춰야 하고, 초과되는 경우 1g에 대당 95유로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유럽 소비자들이 디젤 엔진보다는 가솔린이면서도 연비가 우수한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로 분위기가 전환 됐다는 점이다. 오펠은 그동안 고효율 가솔린 엔진이나 하이브리드를 제대로 개발하지 않았고, 이를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추가 투입 돼야 한다. 

한국GM이 생산해 공급하던 오펠모카. PSA 인수후 이 차량이 단종되면서 한국GM에도 비상이 걸렸다. 

​PSA는 오펠의 엔진 기술이 낙후된 것이 모두 기존 모회사 GM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으며 GM이 인수 금액의 절반을 반환하지 않으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PSA측에 따르면 인수 상황에서 GM측이 '오펠은 CO2 배출량 감축 목표에 불과 10g만 미달한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전기차와 디젤 차량의 지나치게 높은 판매 예측으로 인한 것'이었다면서, 가솔린 엔진 기술은 경쟁 업체에 비해 5-7년 낙후된 수준이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오펠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단 한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GM측은 "PSA가 인수에 앞서 실사를 하는 동안 충분한 양의 정보를 제공했다"면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PSA측은 "오펠이 인수 협상 기간 동안 자사 차량과 엔진들의 CO2 배출량 등 주요 정보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오펠은 배출가스 평균 규정을 맞추기 위해 전기차 '엠페라(Ampera)-e'에 기댈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엠페라-e는 GM의 차를 그대로 들여와야 하는 구조여서 회사의 평균 연비는 끌어올릴 수 있을 지언정, 판매할 수록 손해가 막대하게 커진다는게 PSA 측의 주장이다. PSA는 즉시 엠페라의 판매를 중단 시키고 소비자들의 예약도 취소한 상황이다.

PSA는 올해 3월 오펠을 인수하면서 2024년까지 오펠의 모든 라인업을 자사의 엔진과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때까지 진통이 이어질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편, 이 소식이 발표된 직후 PSA의 주가는 15%이상 급락한 반면, GM의 주가는 2% 가량 하락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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