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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용 칼럼] 제네시스 법인 판매의 비밀

기사승인 2017.09.28  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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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제네시스 브랜드, 법인 판매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란 기자수첩을 썼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한 제네시스가 국내 법인 판매로 연명해서는 안된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였죠.

 

조금 수정했지만, 수입차와 비교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제네시스의 법인 판매는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사업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하는 리스가 대부분이라면, 제네시스는 렌터카와 대기업 임직원용 지원 차량 등 '단체 판매' 비중이 크다는 내용입니다.

반박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제네시스 법인 판매에도 리스가 많은데 왜 문제라고 하냐, 제네시스나 BMW·벤츠나 리스 비중은 비슷하다, 리스 비중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가져와라,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인데 왜 이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등등 다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네시스를 비롯해 BMW와 벤츠 등의 리스 비중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세부적인 자료인 국토부 집계에도 리스가 얼마나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구체적인 자료도 없이 글을 썼냐고요? 리스는 몰라도 각 차량의 법인 비중, 법인 중 렌터카 비중 등의 정보는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산하면 리스가 얼마나 되는지를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죠. 

제네시스 G80의 경우 올해 1~8월 판매된 2만9409대 중 1만1649대인 39.6%가 법인으로 팔렸습니다. 그리고 법인 판매 중 54.3%인 6336대가 렌터카였습니다.

 

반면, 경쟁 모델로 꼽을 수 있는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의 렌터카 비중은 매우 낮았습니다. E클래스의 법인 판매는 2만4355대 중 9343대로, 38.4%였습니다. G80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렌터카는 16.5%인 1544대에 불과했습니다. 5시리즈의 경우 G80보다 높은 46.0%(1만2963대 중 5964대)가 법인이었지만, 렌터카 비중은 겨우 13.6%(809대)였습니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인 EQ900은 8988대 중 6425대인 71.5%가 법인 판매였습니다. 너무 높다고요? 괜찮습니다. 7시리즈와 S클래스는 더 높으니까요. 그런데 법인 중 렌터카가 2219대로 34.5%를 차지했습니다.

EQ900의 렌터카 비중이 G80보다 20%가량 낮다는 점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벤츠 S클래스(마이바흐 포함) 및 BMW 7시리즈와 비교하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S클래스는 총 3970대 중 71.9%인 2853대가 법인 판매였지만, 렌터카는 고작 3.7%인 147대에 불과했습니다. 7시리즈도 EQ900보다 높은 79.6%(2155대 중1716대)가 법인이었지만, 렌터카는 5.6%(96대) 뿐이었죠.

 
 

보셨다시피 제네시스 브랜드의 법인 판매 중 렌터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입차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이는 기업 영업을 통한 '단체 판매'가 많다는 것으로, 그만큼 제네시스 브랜드가 법인에 기대는 일종의 '구조적 의존도'가 심하다는 지표로 볼 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렌터카 이외에 각 기업에서 임직원용으로 제공하는 G80과 EQ900의 숫자까지 더한다면 이런 의존도는 더 높아질게 분명합니다. 전해들은 바로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체 법인 판매 중 약 20% 정도는 임직원용이라 하더군요. 현대차가 삼성과 LG 등 각종 기업들의 승진 시기에 맞춰 얼마나 치열하게 영업하는지는 익히 들어서 아실 겁니다.

특히, G80와 EQ900의 경우 국산차 중에는 동급 경쟁 모델이 없는 데다가, BMW와 벤츠 등의 고급 수입차는 눈치 보여서 못 타는 사회적 분위기상 웬만한 기업은 임직원들의 차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택할 수 밖에 없죠.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해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과연 그 어떤 나라에서 렌터카나 임직원용 차로 G80이나 EQ900(G90)을 사겠습니까.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이후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유럽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너무 성급하게 론칭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건 이미 지나간 일이죠. 그래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국내 법인, 그것도 렌터카와 임직원 판매에 의존하며 연명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판매보다는 앞으로 제네시스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장기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해외 판매인데, 독일 3사가 도사리고 있는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서 어중간한 방법은 통하지 않습니다.

가장 시급한 점은 '제네시스'란 브랜드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자수첩에서 썼듯이 제품부터 판매, 마케팅, 서비스까지 제네시스만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하고, 브랜드 역사를 확실히 써 내려갈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어차피 장기전이고 힘든 싸움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발걸음을 내디딜 때입니다.

전승용 기자 sy.jeon@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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