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용 칼럼] 현대차가 제네시스 G70을 성공시켜야 하는 5가지 이유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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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2 16:36
[전승용 칼럼] 현대차가 제네시스 G70을 성공시켜야 하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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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를 성공시켜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만, 이번에 출시된 제네시스 G70은 조금 더 특별해 보입니다. 이 차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우선, 제품 관점에서 G70은 현대차그룹이 지금 당장 어떤 차를 만들수 있는지에 대한 현주소를 알려주는 그런 모델입니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제네시스의 성공과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 개척 가능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죠. 그룹 관점에서는 차세대 먹거리 개발 및 성공적인 세대교체 등의 이슈를 짊어지고 있다 하겠네요. .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G70을 '목숨 걸고' 성공시켜야 하는 5가지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첫 번째 이유, 정의선 부회장의 성공적인 경영 승계

첫 번째 이유는 정의선 부회장의 성공적인 경영 승계입니다. 지난 2015년은 현대차그룹에 매우 특별한 해였죠.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800만대 판매 돌파를 눈앞에 둔 상황, 때마침 정의선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현대차그룹의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 맡아야 했고, 별 탈 없이 조직을 장악하려면 기존에 없던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습니다. 물론, 이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일종의 '성과'도 있어야 했죠. 정 부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2015년 9월에는 고성능 브랜드인 'N'을, 11월에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2016년 1월에는 친환경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선보이는 등 불과 4개월 만에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정 부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특별히 더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N과 제네시스, 아이오닉 중 가장 빠르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네시스기 때문이죠. 브랜드 론칭 당시 직접 무대에 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제네시스 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BMW에서 M 브랜드를 담당하던 알버트 비어만을 비롯해 벤틀리 출신의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와 이상엽,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인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등을 영입한 궁극적인 목적도 제네시스 브랜드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G70의 성공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국내에서는 G80이 있다지만, 해외에서는 G70이 제네시스의 볼륨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죠. 덕분에 이 차의 성패 여부는 정의선 부회장의 성공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듯합니다.

#두 번째 이유, 제네시스 브랜드의 '사실상' 첫 번째 신차

두 번째 이유는 G70이 제네시스 브랜드에 있어 '사실상' 첫 번째 신차라는 겁니다. G80은 일개(?) 자동차에 불과했던 '제네시스'가 브랜드로 승격되면서 이름이 바뀐 것이고, EQ900(G90)은 사실상 에쿠스의 후속이죠.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려는 제네시스의 현재 위치를 가장 냉정히 평가할 수 있는 그런 모델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브랜드들이 독일 3사가 주름잡고 있는 소형 스포츠 세단 시장에 새롭게 발을 들여놨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듯 모두가 쓴맛을 봤죠. 전통있는 캐딜락 브랜드의 ATS도, 영국을 대표하는 재규어의 XE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렉서스 IS가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죠.

덕분에 G70은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수 있을지를 결정할 중요한 기준이 됐습니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엔트리급 모델인 만큼,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체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출시회 당시 현대차 제네시스 담당자는 "G70은 벤츠 C클래스보다 고급스럽고 BMW 3시리즈보다 빠르다"면서 "그럼에도 비슷한 성능의 모델과 비교하면 가격이 수천만원가량 저렴하다"고 성공을 자신했습니다. 철저한 가성비로 무장한 G70이 만약 실패한다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을 것 같네요.

# 세 번째 이유, 형님들을 대신할 미국·유럽 공략의 첨병

세 번째 이유는 G70은 형님들을 대신해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사실, 제네시스 브랜드는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것이죠. 국내에서는 이미 제네시스와 에쿠스가 흔들림 없는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상황. 굳이 많은 돈을 들여 프리미엄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독일 3사와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고, 고민 끝에 아예 '제네시스'를 브랜드화시킨 것입니다.

 

그러나 제네시스 이름을 단 G80과 EQ900 등 형님들의 활약은 초라하기 그지없었죠. 야심 차게 진출한 미국에서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그러니까 '제네시스'와 '에쿠스'란 이름으로 팔 때보다도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은근슬쩍 G80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역시 월 20대가량 팔리는 굴욕을 맛보다 최근에 철수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G70의 활약 이외에는 답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 시장은 탄탄한 유통망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해야 하고, 유럽 시장은 디젤 모델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합니다. 

#네 번째 이유, 국내에서는 법인 판매 없는 외로운(?) 싸움

네 번째 이유는 G70은 불행(?)하게도 '법인 판매'란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일종의 흙수저(?)라고나 할까요. 현대차는 올해 G70 목표 판매량을 5000대, 월 1200대 수준으로 잡았습니다. 내년 목표도 연간 1만8000대, 월 1500대 수준에 불과합니다. 떠들썩한 신차 출시 분위기 및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비해 매우 낮은 숫자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G80과 EQ900은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대형 세단으로, 법인 판매 수요가 꾸준히 있습니다. 올해 1~8월 판매된 G80은 총 2만9409대로, 이 중 법인(렌터카 포함) 비중은 1만1649대(39.6%)에 달합니다. EQ900도 8988대 중 71.5%인 6425대가 법인 구매죠(자료 출처 카이즈유).

이에 반해 G70은 법인 판매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국산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정통 후륜구동형 소형 스포츠 세단'이기 때문이죠. 특히, G70은 스팅어와 달리 뒷좌석 등 공간 활용성을 희생하면서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보니, 업무용으로 이용하는 법인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G70은 스스로가 가진 본연의 능력만으로 팔아야 합니다. 형님들과 달리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하는 만큼, 판매량이 적을 경우 제네시스 브랜드의 밑바닥이 훤히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해외 판매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국내 볼륨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만 G70 생산 공장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유,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앞서 말했든, 현대차그룹은 고성능 브랜드인 'N'과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친환경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동시에 선보였습니다. 사실, 모두 분야를 다 해먹겠다는 이야기인데, 이 중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는 누가 뭐래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입니다.

 

'N' 브랜드를 통해 얻은 기술은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기술력을 뽐내는 수준인 데다가 판매량 자체도 매우 적습니다. '아이오닉'의 경우는 현대차그룹이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죠.

그러나 제네시스는 다릅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시킨다면 수익성이 크게 향상될뿐 아니라, 높아진 브랜드 위상만큼 형제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차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특히, 2014~2015년 800만대 돌파 이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죠. G80의 경우는 출시된지 약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월 3700대 가량을 팔아치우고 있지만, EQ900은 출시 초기 월 3000대 수준에서 지금은 월 1000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G70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제네시스 브랜드는 G80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말은 길었지만, 이래저래 제네시스 G70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해 보입니다. 최근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G70은 판매 개시 하루 만에 2100대의 계약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허수가 있겠고,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어쨌든 시작은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 G70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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