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기자수첩] 한국GM은 왜 철수 전문가를 사장으로 영입했나

기사승인 2017.08.18  11:58:20

공유
default_news_ad1

'오얏(자두)나무 아래서 갓을 고치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받을만한 행동은 아예 하지 않는게 좋다는 것이다. 한창 철수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한국GM이 왜 굳이 철수 전문가를 사장으로 앉혀가며 불필요한 오해를 자청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GM이 최근 불거진 '한국GM 철수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GM인도 법인이 철수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카허 카젬(Kaher Kazem) 사장을 한국GM의 신임 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한국GM은 17일, 카허 카젬 GM인도 사장이 한국GM 사장 겸 CEO에 선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젬 사장은 이달 31일부로 임기를 마치는 제임스 김 사장에 이어 내달 1일부터 한국GM 대표 겸 이사회 의장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GM 측은 "카젬 사장은 생산과 사업운영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라며 "한국GM의 지속가능성 및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GM의 의도와 달리 새로운 사장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GM이 한국GM을 철수하기 위한 적임자로 카젬을 신임 사장 자리에 앉혔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GM은 카젬을 2016년 1월 GM인도 사장으로 승진시킨 후, 그를 앞세워 인도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5개월 뒤인 지난 5월, GM은 인도 시장 철수 및 현지 공장 매각을 진행했다.

한국GM이 어떤 미사여구로 카젬 사장을 포장하더라도 당분간 철수설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카젬 사장의 경력도 경력이지만, 당장 한국GM을 둘러싼 여러 가지 지표들이 모두 철수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GM은 최근 돈이 안되는 시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발을 빼고 있다. 작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더니 올해는 오펠·복스홀을 매각했다. 또, 남아공과 호주, 인도 등에서 판매를 중단하고 러시아 및 동남아시아 사업도 축소했다. '현지생산, 현지판매'를 내세우는 GM 입장에서는 수익성 낮은 한국 시장에서 언제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GM은 지난 2011년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후 6년째 점유율 10% 벽을 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내수 판매는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에서 GM의 오펠 매각으로 인해 수출 물량도 연 10만대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경영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GM이 한국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억지로 막고 있는 산업은행과의 15년 계약도 올해 9월로 끝난다. 지금까지는 산업은행이 GM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10월부터는 이 권한이 사라지는 것이다. GM이 한국을 떠나더라도 반대할 수 없는 데다가, 산업은행 역시 계약이 만료되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지분(약 17%)을 전량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한국GM과 산업은행의 지분 및 GM 지분 일부를 인수해 한국GM의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임에도 한국GM은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수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야 하는데, 계속된 헛발질로 자멸하고 있는 모습이다.

임팔라와 크루즈 등 최근 내놓은 신차의 저조한 실적, 올란도 등 단종 예정인 차량의 후속 대책 미비, 최근 대세인 SUV 라인업 부족, 한두 박자씩 느린 신차 출시 일정 등 장사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안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소형차 개발 거점으로서의 노하우,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의 높은 숙련도 등 한국GM의 가치는 여전히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공장은 앞으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한국에서 만들 이유가 없는 탓에, 아예 생산 거점으로도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공장에서 만든 쉐보레 차량을 전량 수입한 후 한국GM 영업망을 이용하는 판매 거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한국GM의 철수 여부는 카젬 사장의 첫 번째 상견례인 올해 노사문제를 시작으로 대략적인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GM이 갓만 고쳤는지, 갓을 고치는척 자두를 따먹었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노릇이다.

전승용 기자 sy.jeon@motorgraph.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커뮤니티 인기글

default_news_ad2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set_C1

인기기사

item34

포토·동영상

1
set_P1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