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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라키스 사장은 왜 벤츠의 가치를 떨어트리나

기사승인 2017.08.11  09: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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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드러날수록 소모되기 마련이다. 높은 가격과 희소성을 내세우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흔해지는 만큼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너무 많이 팔리는 것을 우려해 일부러 판매량을 줄인다는 명품 브랜드들의 이야기는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서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한 법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7월 동안 국내에서 4만3194대를 팔아치웠다. 시장 점유율은 무려 31.81%로, 올해 판매된 수입차 10대 중 3대 이상은 벤츠라는 소리다. 매년 티격태격 1위 다툼을 벌이던 BMW(3만2186대)와의 격차도 벌써 1만1000대를 넘겼다. 수십개의 브랜드가 경쟁하는 수입차 시장에서, 그것도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가 이렇게나 많이 팔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6000~1억2000만원에 달하는 E클래스는 2만1627대나 판매됐다. 국산차로 따지면 기아차 K5(2만2514대), 쉐보레 말리부(2만2045대) 등의 인기 중형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E클래스의 활약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중국과 미국, 독일, 영국에 이어 5번째로 벤츠가 많이 팔리는 나라가 됐다. E클래스만 따지면 3위, S클래스도 5위권이라고 한다. 인구 및 GDP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딜러사 및 일선 영업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벤츠코리아의 사장이 바뀐 이후로 판매 압박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일부 딜러들은 할당된 물량 부담에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프로모션을 해줘야 한다고 볼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잘 팔리고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모터그래프 취재에 따르면 2015년 9월 벤츠코리아 사장이 브리타 제에거에서 드리트미 실라키스로 바뀌면서 내부 분위기는 꽤 달라졌다고 한다. 제에거 사장이 시장 흐름에 맞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면, 실라키스 사장은 전사적으로 판매량을 늘렸다. 그 결과 2015년 20%가 채 되지 않았던 벤츠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32%까지 늘어났다.

 

원래 벤츠는 프로모션을 안 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였다. 기본 프로모션이 BMW 등 다른 경쟁사에 비해 매우 적었고, 큰 폭의 프로모션은 대부분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 등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끝물에 달했을 때나 진행했다.

당시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과도한 프로모션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당장의 판매량에 연연하기 보다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벤츠의 가치를 느낄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최근에는 전차종 60개월 저리 할부를 진행하는 등 기본 프로모션이 늘었을뿐 아니라 나온지 1~2년된 모델도 깎아주는 등 적용 시점도 빨라졌다. 물론, 프로모션을 해주는 대상 차종도 더 많아졌다. 제에거 사장이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다. 벤츠코리아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략과 제품 포트폴리오 등은 시장에서 꽤 성공적인 지표로 충분히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리 큰 할인을 하지 않았어도 판매량은 꾸준히 늘었고, 인프라도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있었다. 2016년 1월 GLC를 시작으로 부족했던 SUV 라인업을 강화한 이후 BMW 판매량을 넘어선 것은 꾸준한 노력 끝에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

▲ 디터 제체 회장(좌측)과 브리타 제에거 총괄

물론, 이런 움직임은 영업 및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실라키스 사장의 성향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전임 사장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제에거 사장이 워낙 판을 탄탄하게 꾸려놓은 만큼, 웬만큼 잘해서는 티도 안 나는 상황. 이에 압박감을 느낀 실라키스 사장은 무리를 해서라도 실적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제에거 사장은 다임러그룹 디터 제체 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내에서 꽤나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제에거 사장은 벤츠의 세일즈·마케팅 총괄로 승진하며 이사회 멤버로 영전했다. 한국 이후의 다음 스텝을 생각하는 실라키스 사장에게는 자극이 될만도 하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렇게 많이 팔리는 것은 위기다. 흔해지는 만큼 이미지는 더 빨리 소모되기 때문이다. 한 번 했던 프로모션을 다시 원래대로 바꾸기도 어렵다. 각 딜러사들의 판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데다가, 프로모션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돌리기도 어렵다. BMW코리아가 야심차게 도전했던 견적 실명제가 유명무실하게 된 이유다. 

무엇보다 벤츠의 이미지는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매년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벌지만 수익 대부분 본사로 보내고 국내에 재투자하지 않는 것, 세금 탈루 혐의(이전가격 조작)로 국세청으로부터 500억원대 추징금을 통보 받은 것, 환경부 및 공정위 등 정보 조사 빈도가 점점 늘어나는 것, 골프채 사건 등 품질 및 AS 문제가 불거지는 것, 기부 등 사회적 활동에 인색한 것 등 그동안 BMW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벤츠는 이미 과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프리미엄 이미지를 떨어트리기 보다는 서비스 망을 강화하고, 소비자 관리에 신경쓰는 등 내실을 다지려는 재투자가 필요하다. 2010년 이후 승승장구하던 BMW가 극심한 이미지 소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삼각별의 가치는 판매량 따위로 결정되는게 아니다.  

전승용 기자 sy.jeon@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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