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문 열다 꽝!' 도어링에 대처하는 벤츠와 아우디의 자세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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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4 11:45
[이완 칼럼] '문 열다 꽝!' 도어링에 대처하는 벤츠와 아우디의 자세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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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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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결에 자동차 문을 열다 보행자, 혹은 자전거나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한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서는 '개문사고(開門事故)', 해외에서는 '도어링(Dooring) 사고'로 부르는데 이게 자동차 운전자는 물론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오스트리아 교통안전 위원회(KFA)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는데, 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의 75%가 개문사고 및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3/4이 개문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기본에 충실하지 못해 생기는 사고

그렇다면 이런 사고는 왜 발생할까요? 자동차 탑승자가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 하차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이미 그 사례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독일에서 오래전 아내의 지인이 만점에 가까운 도로 주행 테스트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 후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 사진=ADFC

물론 자전거나 오토바이 이용자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역시 운전자나 탑승자가 주변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습관만 들였어도 대부분의 개문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도로변에 차를 주차시킨 후에는 사이드미러를 통해 확인하거나 직접 눈으로 후방을 확인한 후에 내려야 합니다. 

또 자전거나 오토바이 이용자 역시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는지, 그리고 내리려는 움직임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당연히 과속은 금물이죠. 또 한 가지는 사고 시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헬멧 등을 착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본을 서로 지키면 뜻하지 않은 사고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자전거가 함께 달리는 이면도로 등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프랑크푸르트 시내 모습 / 사진=이완

# 네덜란드 더치리치 운동도 관심

최근에는 네덜란드의 '더치리치'운동도 관심을 받고 있죠. 운전석에서 하차할 때 오른손으로 자동차 도어 핸들을 당기고 문을 열자는 게 핵심입니다. 보조석의 경우에는 반대인 왼손이 되겠죠?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몸이 돌아가면서 사이드미러를 볼 수 있고 더 나아가 후방을 확인하는 데에도 좋습니다. 물론 문을 열 때 시간을 벌 수 있어 잠깐 사이에 벌어지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과 충돌을 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출처=dutchreach.org

더치리치 운동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실제 효과도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당연히 유럽 내에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도 일간지나 자동차 전문지 등에서 이 방식이 자주 소개되고 했는데요.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유럽에서 자전거 관련한 소식과 이슈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우리나라는 택시에서 개문사고 관련한 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뒷좌석 승객의 하차 시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작은 거울 같은 게 부착돼 있는 걸 보셨을 겁니다.

▲ 후방 확인용 거울이 부착된 택시 / 사진=이완

이처럼 자동차와 자전거의 충돌사고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문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레이더 기술이 자동차에 적극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제조사들이 방법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 메르세데스 B클래스 신형과 아우디 A8에 적용

자동차 잡지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이번 가을, 그러니까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정식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메르세데스 B클래스 신형에 '자전거운전자 보호장치'가 장착될 듯합니다. 자동차 뒤쪽에 설치된 중거리용 레이더는 60m 거리 안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인식, 사이드미러에 LED로 된 신호를 주게 되는데요. 그런데도 탑승자가 확인하지 못하고 문을 열려고 하면 다시 이중 경고음을 내 주위를 환기시킨다고 합니다.

▲ B클래스 / 사진=다임러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신형 아우디 A8은 더 진전된 결과물을 선보였습니다. 개문 시 충돌 위험이 생기면 도어에 있는 라이트 가이드가 경고 표시를 보내게 되고, 그럼에도 문을 열려고 시도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문이 자동 잠기게 됩니다. A8에도 역시 중거리 레이더가 장착돼 핵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쏘고 이것이 반사되어 오는 속도를 통해 주변 사물을 확인하죠. 그런데 레이더는 사물 위치를 확인할 수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물의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디쯤에서 자전거가 얼마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데 지금 문을 열면 충돌 위험이 있다. 그러니 경고를 보낸다. 이 일련의 과정이 매우 짧은 시간에, 비교적 정확하게 이뤄집니다.

▲ 신형 A8 L / 사진=아우디

레이더는 기후 상태가 좋지 않거나 주변에 장애물이 있어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또한 있습니다. 그러니 악조건에서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쉬움이라면 당분간은 이런 개문사고 예방 기술을 일부 모델에서만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인데요. 이 부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계속 높아진다면 더 많은 제조사가 더 많은 모델에 더 빠르게 적용시키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좋은 기술이 있든 그렇지 않든, 자동차에서 내릴 때는 늘 주변을 살피십시오. 안전을 위한 운전 습관을 갖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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