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⑦-초소형SUV] 티볼리 왕국에 찾아온 불청객 '코나·스토닉'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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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10 14:21
[상반기 결산⑦-초소형SUV] 티볼리 왕국에 찾아온 불청객 '코나·스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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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도 입이 쩍 벌어졌다고 한다. 출시 당시 잘 팔려도 한 달에 3000대 수준이라 예상했건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월 5000대를 훌쩍 넘겨 버렸다. 현대기아차가 서둘러 코나와 스토닉을 투입했지만, 티볼리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초소형 SUV 시장에서 티볼리의 위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죽하면 '초소형 SUV'란 말 대신 '티볼리급 SUV'란 대명사로 통하게 됐겠는가.

모터그래프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초소형 SUV 판매량은 5만3732대로, 전년(4만7762대) 대비 12.5% 증가했다. 티볼리를 비롯해 트랙스와 니로, QM3 등 전 모델이 상승세를 그리며 시장을 안정적으로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사실, 2013년 2월 쉐보레 트랙스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인식 및 디젤 모델 부재 때문이다. 특히, 성능은 좋지만 실내 디자인과 소재 등이 저렴해 보인다는 평가가 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를 키운 것은 르노삼성이 같은해 12월 내놓은 QM3다. 가장 큰 성공 포인트는 트랙스가 채워주지 못했던 '디젤 갈증'을 단숨에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가격은 트랙스보다 200~300만원 비싸지만, 효율 좋은 디젤 엔진(90마력, 22.5kg·m)과 독일 게트락이 개발한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조합돼 출시 당시 리터당 18.5km에 달하는 우수한 연비를 갖췄다. 국산차냐 수입차냐 이중국적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오히려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수입차라는 점이 젊은 소비자들을 자극시켰다.

그러나 이 열매는 대부분 티볼리에 돌아갔다. 오랜만에 나온 쌍용차의 신차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무엇보다 16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넓은 가격대가 주요했다. 물론, 1600만원대는 전체 판매량의 1%도 안되는 가솔린 수동변속기 모델에 불과하지만, 저렴한 이미지로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미끼 상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 가솔린-디젤, 수동-자동변속기, 전륜-사륜구동, 숏바디-롱바디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최근들어 이 시장은 더욱 치열해졌다. 왕좌를 지키려는 티볼리에 맞서 트랙스가 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QM3 역시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곧 상품성이 개선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니로도 유일한 국산 하이브리드 SUV라는 세일즈 포인트를 잘 살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반기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초소형 SUV 시장은 이미 티볼리, QM3, 트랙스, 니로 등이 월 1만대가량 팔릴 정도로 규모가 커졌는데, 여기에 그동안 잠잠하던 현대차가 코나를, 기아차가 스토닉을 추가하며 시장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티볼리가 주도하던 국내 초소형 SUV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막강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물량 공세에 대적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요즘 현대기아차가 예전처럼 여유롭지 않은 만큼, 새롭게 진출하는 초소형 SUV 시장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무리 현대기아차라고 해도 꽤 굳어진 시장 구도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티볼리가 절대 만만한 모델이 아니어서 그리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어쨌든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트랙스, QM3를 제치고 B세그먼트 SUV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은 순전히 티볼리의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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