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기자수첩] ”한국GM, 철수냐 안 철수냐”…10월 전에 해답 내야

기사승인 2017.05.26  15:48:43

공유

18일 한 자동차 전문지가 한국GM이 군산 공장을 철수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내놨다. 가뜩이나 가동률 저하로 골머리를 썩는 공장인 탓에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한국GM은 해당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영업사원, 관계자 및 쉐보레 옹호자들까지 나서 기사의 사실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논쟁 결과와 상관없이 눈여겨 볼 점은 업계 흐름과 전체 맥락이다. 현대기아차가 공장 하나를 철수한다는 기사가 나온다면야 웃어 넘기거나 쉽게 반박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GM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군산 공장을 철수한다는 얘기는 경제적인 이유로나 상황으로 보나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 

# 틈만 나면 떠나려는 메리베라의 '글로벌 GM호'

마침 18일 GM은 인도 시장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는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더니 얼마전에는 유럽에 남은 오펠과 복스홀 브랜드까지 모두 매각했다. 남아공, 호주에서도 철수하고 러시아 동남아시아에서도 사업을 축소했다.

메리베라 GM 여사장이 취임하고 불과 4년만에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누가봐도 돈 안되는 시장에서 발을 빼겠다는, 구조조정의 쾌속 행보다. 

메리베라 GM CEO가 오펠을 PSA에 매각하는데 합의하고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 CEO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GM 종업원들을 비롯한 상당수 관계자들은 ‘국내도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철수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 한다. 전세계에서 냉정하게 타산성을 따지는 GM이 왜 굳이 인건비 높고 생산성 떨어지는 군산 공장을 유지하겠냐고 되묻기도 한다. 

한국GM은 올초 부평의 라인공사를 통해 1, 2라인을 재조정 했는데 이 또한 군산 공장의 크루즈 물량을 넘겨 받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한국GM은 군산 공장 외에 부평(메인공장), 창원(경차담당), 보령(변속기) 공장 등 국내에 총 4개 공장을 갖추고 있는데, 이 중 군산 공장이 생산하는 차는 크루즈와 올란도 뿐이다. 올란도는 본사 임원 인터뷰를 통해 세계 시장에서 단종시킨다는 계획이 공개 됐고, 크루즈는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GM은 물량이 줄어든 군산 디젤엔진 공장을 올해 말까지 완전 폐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가동률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차량 생산 라인도 최대 생산 가능 물량의 절반도 채 운영 못하는 상황이어서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노노갈등도 심각하다. 모든 공장의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 크루즈 물량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 그로 인해 한국GM 전체의 채산성이 향상된다는 유혹 때문에 한국GM 노조는 군산공장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 간신히 버텨온 한국GM, 10월전에 협의 해야하는 까닭

그러나 문제는 군산 공장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GM이 유럽에 수출하던 연간 10만대 규모의 오펠 차량 물량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한국GM의 물량은 더 줄었다. 최대 공장인 부평이 생산하는 트랙스, 말리부, 아베오 중 연간 24만대를 생산하던 트랙스의 후속은 오펠이 빠지는 등의 이유로 불과 15만대 규모를 생산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베오는 후속 없이 단종된다. 이같은 물량 축소로 인해 국내 어떤 공장도 안심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에서 일부 개발 및 생산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100만대 규모의 GEM(글로벌 이머징 마켓) 프로젝트 또한 미국과 멕시코가 주도를 하고 생산은 주로 중국에서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빠져나갔어도 벌써 빠져 나갔어야 할 한국GM을 붙들고 있던 것은 누가 뭐래도 산업은행이다. 그동안 GM은 상하이GM이 한국GM을 인수해 상하이자동차(SAIC)에 의해 아시아의 GM을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는데 이에 제동을 건게 바로 산업은행이었다.

2002년 10월 GM과 산업은행이 '주주간 계약'을 체결할 때 GM이 국내서 사업을 유지 할 수 밖에 없는 계약을 맺었고, 또한 산업은행의 부족한 지분(28%)에도 불구하고 GM의 중대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거부권(Veto)'을 계약에 명시한 덕분이다. 실제 시행하지는 않더라도 임금 단체 협약 등의 노조와의 갈등 상황에서 회사 측이 내세울 수 있는 공장 폐쇄나 철수 등의 카드를 내놓지 못하게 되는 점으로 인해 협상에 유리한 요인이 됐다.

 

문제는 이 계약이 15년의 기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불과 5개월 후인 10월이 되면 계약이 만료된다. 이후 산업은행은 GM의 어떤 의사결정에도 반대 할 수 없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계약이 만료되면 자신이 가진 최근의 지분 17%를 전량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 자동차(SAIC)는 빠른 시일내 한국GM의 산업은행 지분은 물론 GM의 지분 일부까지 인수하면서 한국GM의 대주주가 된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중이다. 현재 상하이 자동차는 한국GM의 지분 6%를 보유해 GM, 산업은행에 이은 3대 주주다. 

# "한국GM을 중국에 넘기면, 그게 철수 아닌가요?"

상하이자동차가 한국GM을 인수하려는 이유를 놓고는 다양한 추정이 오간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 시장이 너무나 작고, 수출을 위한 생산 기지로서의 가치도 크지 않기 때문에 다른 꿍꿍이가 있을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판적인 시각이 앞서는 이유는 앞서 한국의 자동차 회사와의 '악연' 때문이다. 상하이자동차가 바로 '쌍용차 먹튀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세부 내용을 놓고는 양측 의견이 다르지만, 우리 국민들에겐 상하이자동차가 우리나라 기술력을 빼가고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개발기지로서 한국GM의 가치는 높다고 평가된다. 세계 GM의 경차와 소형차의 개발을 주도 해왔으니 쌓인 기술력과 노하우가 상당해서다.

또 고급 인력을 싸게 충당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중국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한명을 영입하려면 고액 연봉과 차량, 주거지원, 통역 등의 비용으로 1인당 연간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한국GM의 개발 기지를 이용하면 이보다 월등히 저렴한 비용으로 수 많은 인원을 활용 할 수 있게 되어 경제적이다.

GM의 메리베라 CEO. 

물론 상하이자동차가 한국GM을 인수하더라도 브랜드와 개발 시설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입장에선 별 문제 아니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GM' 브랜드에 대한 책임보다는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상하이 자동차 입장에서 굳이 생산성 떨어지는 공장을 유지 할 리 없다. 또 한국GM을 중국산 자동차의 한국 진출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도 높다.

중국GM(SGM)이 한국GM을 인수하더라도 그 역시 주도권은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이유로 GM이 한국GM을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하는게 '사실상 철수'라는 의견도 적잖다. 

불과 5개월 후면 앞으로 일어날 여러 시나리오를 막을 장치가 사라지게 된다. 자동차는 나라의 기간 산업인만큼 정부와 경제가 잘 조율해 슬기로운 해결책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김한용 기자 hy.kim@motorgraph.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커뮤니티 인기글

default_news_ad2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set_C1

인기기사

item34

포토·동영상

1
set_P1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