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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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22 09:51
[기자수첩] 중국차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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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중국에서 생산된 승용차가 한국땅을 밟았다. ‘중국차’에 대한 인식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분명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들의 기술이 영글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 호기롭게 유럽에 발을 내딛었고, 결과는 처참했다. 충돌테스트에서 역대 최악의 점수를 기록했다. 평가 기관은 ‘탑승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중국 브랜드는 기술력도 부족했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의식 자체가 미미했다.

 

독일의 한 자동차 저널리스트는 중국 브랜드가 유럽에 진출하자마자 차를 구입해 5년 동안 탔다. 10만km를 타는 동안, 수많은 잔고장에 시달렸고, 차체 곳곳은 이미 부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주행 성능도 형편없었고, 안전도 취약했다. 결국 그는 차를 도끼로 내려 찍고,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켰다. 그러면서 “판매돼선 안되는 차”라고 말했다.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는 중국차는 여기까지다. 하지만 그 사이 중국에서는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생겨났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었고, 기술 개발, 생산 시설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코로스(Qoros)는 유로 NCAP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선정되기도 했고, 중국에서 생산된 혼다, 볼보 등의 일부 모델은 중국을 벗어나 판매되기도 했다. 우리가 막연하게 무시하고 있던 중국차는 빠르게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는 중이다.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에서 수출차량을 생산하는 ‘북기은상기차(BAIC YINXIANG)’의 ‘켄보 S600(Kenbo 600)’은 중국자동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켄보 600은 마치 ‘샤오미’처럼 아주 반반하다. 언뜻 머리 속에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가 스쳐가지만, 어쨌든 기괴한 조합이 아닌 하나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실내 역시 레이아웃은 인체공학적이고, 파트가 잘 나뉘어져 있다. 평균 이상의 장비까지 탑재됐다. 베이징자동차그룹은 ‘사브(SAAB)’의 특허를 구입했고, 그들의 엔진 기술을 전수받았다. 사브의 터보 엔진이 켄보 600에 장착된 것이나 다름없다. 또 CVT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DAF’의 기술도 녹아들었다.

 

6개의 에어백,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힐 어시스트, 속도 감응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후방 카메라,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웰컴 시스템 등 여러 편의 및 안전장비가 탑재됐다. 

켄보 600의 사양은 비슷한 가격의 국산 경쟁 모델보다 우월한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장비를 갖춘 기본 모델은 1999만원, 몇가지 고급 사양이 추가된 ‘럭셔리’ 트림의 가격도 2099만원에 불과하다. 현대차 투싼의 엔트리 트림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산’이 갖는 가격 경쟁력은 확실하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속살’과 아직은 불투명한 ‘미래’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안전에 대해 우리가 가진 정보는 너무 적다. 켄보 600의 차체에 고장력 강판이 60% 이상 사용됐다고 하지만, 그들의 용접 및 접합 기술 능력에 대한 신뢰는 매우 낮다. 6개의 에어백이 제대로 전개될지 의심부터 앞선다. 중한자동차는 안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미 중국에서도 국산차와 동등한 수준의 충돌테스트 결과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내구성은 또 다른 문제다. 오히려 안전보다 내구성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중한자동차는 전국 80여개의 정비 네트워크를 준비했고, 부품 마진을 최소화해 비용 부담도 줄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센터가 있는가, 얼마나 부품이 저렴한가 보단, 켄보 600의 경우 얼마나 자주 센터를 가느냐가 관건이다. 

 

중고차로 되팔 때도 생각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중국차의 감가상각은 치명적이다. 중한자동차가 판매하고 있는 CK 미니밴이나 CK 미니트럭을 살펴보면, 불과 몇개월 지난 중고차의 가격은 신차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많은 우려가 있지만, 중한자동차는 계속해서 신차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목표는 3천대 수준이며, 이르면 연말 B세그먼트 소형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한국 시장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모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판매하겠단 입장이다. 그리고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아닌 차이나 어드밴티지”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저렴한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 중한자동차 이강수 대표.

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맥북,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아이폰도 ‘메이드 인 차이나’. 주머니 속 전자담배, 가방 속 휴대용 배터리, 이들의 케이스까지 전부 중국에서 생산됐다. 켄보 600의 자료가 담긴 USB도 중국제다. 중국에서 생산된 공산품은 우리 주변에 널렸다.

그리고 ‘마지막 보루’ 같았던 자동차도 중국제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겉으로만 봐선 똥인지 된장인지 알 수 없다. 모터그래프는 시승을 통해 켄보 600의 상품성을 더욱 면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며, 직접 ‘베타 테스터’가 될 마음도 있다. 또 켄보 600을 비롯한 중국차를 구매한 소비자들과 좌담회를 열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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