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현대차 '입는 로봇' 개발 주역, 현동진 연구원을 만나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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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07 18:43
[CES 2017] 현대차 '입는 로봇' 개발 주역, 현동진 연구원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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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거 제 레모네이드인데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인앤아웃 버거에서 우연히 3명의 한국인들을 마주쳤다.  그 중 현동진 연구원은 낮에 정의선 부회장에 이어 프리젠테이션에 참여 했기에 눈에 띄었다. 잠시 합석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려는 찰라, 테이블에 잠시 내려 놓은 기자의 음료수를 다른 연구원이 실수로 마셔 버렸다. 내 레모네이드를 먹었으니 이 테이블의 감자튀김이라도 먹어야겠다고 장난스레 옥신각신하다 결국 함께 햄버거를 먹으면서 짧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다. 

현 박사는 미국 UC버클리에서 외골격형 로봇 과제를 수행했고, 이후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으며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으로 주목받은 ‘치타’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인물이다. 현 박사는 현대자동차가 진행하고 있는 교통수단의 사회 기여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운송수단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사람은 물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까지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현동진 책임 연구원이 현대자동차의 외골격 로봇 H-LEX를 직접 입고 시연하고 있다.

- 박사님 프리젠테이션 할 때 로봇을 부착하고 천천히 걸어나오셔서 원래 보행 장애가 있는 분인줄 알았다. 장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구를 열심히 하시는구나 하고 감동했는데, 괜히 감동 받았다. 

(웃음) 원래는 우리도 보행 장애인이 걷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미국에선 환자에게 뭔가를 하려면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식품을 FDA에서 승인받는거나 마찬가지다. 아직 사전 개발 단계여서 한국에서만 받고 아직 미국 IRB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가 입으면 불법이니까 제가 대신 입고 걷게 됐다. 

- 재미있다. 그렇다면 한국 장애인이 여기 와서 시연 하면 안되나?
속지주의적이기 때문에 한국 장애인도 여기선 승인 받지 않은 제품을 쓸 수 없다.

- 무대에 올라오신게 인상적이었는데 빠른 음악에 불구하고 박사님 걸음이 느리셔서 좀 박치 같다는 느낌이었다. 빨리 걸을 수는 없었나. 

걷는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느리게 세팅 했다. 

- 그럼 막 뛸 수도 있다는건가. 
뛸 수는 없다.

- 디자인이나 응용이 아쉽다. 포장을 좀 더 잘 해줬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아이언맨 수트처럼 멋있게 만들어서 무거운 바위도 들 정도로 힘도 굉장히 세지고…그러고서 ’이거 굉장히 쿨하지 않냐’고 보여주고 ‘이 기술을 응용해 몸이 불편한 분들도 슈퍼파워를 갖게 된다’고 하면 모두에게 멋지게 보이지 않았을까. 

저희가 보여 드린건 양산을 고려한 버전이다. 그래서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이나 다른 관절도 구동 모터가 똑같다. 또 레고블럭처럼 돼 있어서 중간 링크나 전자기적인 부분에 고장이 나면 그 부분만 빼서 끼우면 되도록 만들어져 메인터넌스(유지보수)가 고려돼서 만들었다. 

- 좀 더 가볍게 생긴 것도 있었는데

아마 휴마(H-UMA)를 말하는 것 같다. 그건 완전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쓰는건 아니다. 걸을 수 있는데 조금 불편한 사람들이 쓰거나 작업자가 쓰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당연히  그건 뛸 수도 있다. 

- 근육을 도와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것인가

맞다 (영상을 보여주며) 제가 입었던건 이렇게 하반신 마비환자가 쓰는 것이었다. 한국이라 이 시험이 가능했다. 이 분은 8년동안 휠체어에만 앉으셨던 분이신데 이 장비를 걷고 이렇게 걷고 계신다.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걸 입었다. 이 분들은 하반신에 감각도 없으시고 전혀 움직일 수 없었는데, 이렇게 걷고 계신다. 체중을 풀로 지지해야 하고 

- 감동적이다. 성경에선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웠다’고 기적이라 하던데…
(손을 내저으며) 그런건 절대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이런 목적으로 나온 제품이 있다.

- 혼다에도 있는것 같던데
혼다는 보조 역할 정도로 했고, 이렉이나 리웍이나 일본 사이버다인의 할(HAL)이나 이런게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 이름이 뭐 그렇게 공격적인가. 사이버다인은 영화에서 터미네이터를 만든 회사고 HAL은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인간을 죽였던 컴퓨터 이름 아닌가.

할은 하이브리드 어시스트 레그의 약자인가 그런걸로 안다. 

- 엑소스켈레톤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게나 가재 같은 갑각류처럼 외골격을 만들어준다는건가. 
바로 그렇다. 인간은 뼈가 안에 있는 내골격이지만 밖에 있는 보조적인 장비가 마치 뼈대처럼 인체의 일부처럼 인간의 운동을 돕도록 한다는 뜻이다. 

- 이름은 멋진데 디자인은 왜 멋있게 되지 않았나
여기서 목적은 다리가 움직이면서 공학적으로 봤을때 체중은 지지하면서 가장 얇아야 한다.

- 자체 무게가 생겨서 에너지가 더 들어서 그런건가.

맞다. 곡선보다 직선이 경로가 짧아서 더 가벼워지니까 꾸밈이 없고 직선 위주다. 
무거우면 반응성이 늦어서 다리를 걸을때 잘 보면 땅을 치면서 걷는데 그때 안정성이 떨어지고, 가능한 빨리 움직이도록 인피던스라는걸 낮춰야 한다. 그러려면 제품을 가장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예쁘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살을 다 뺴서 얇게 직선으로, 하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정도로 하는걸 추구했다. 그렇게 하는게 공학적으로 가장 유리하다.

- 이건 양산에 가까운 모델이니 그렇다고 하고, 콘셉트라도 디자인을 멋지게 만든건 없나. 
그런건 없었다. 굳이 멋있게 만들진 않았다. 

- 아, 정말 좋은 제품인건 알겠는데, 기사 쓰는 입장에선 ‘아이언맨 수트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하고 사진도 멋진게 들어가고 그러면 좋겠다.

(웃음) 그렇게 쓰시면 안된다. 

- CES는 다른 모터쇼와 달리 꿈을 얘기하는 행사 아닌가. 다른 메이커들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 드림을 얘기하는데 왜 실현 가능한 것만 얘기하나. 

못걷는 분들이 일어서서 걷는 것도 그분들에겐 꿈이다. 아직까지 그 분들을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걷게 하는 외골격 로봇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그분들의 꿈을 얘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좀전엔 다른 회사가 하고 있다 하지 않았나
그런 것도 있는데, 그것도 만족 할만한 수준에서 하는건 아니다. 다들 연구하고 있는거고 이 분야가 어려운 것이다. 사람과 기계가 어울려서 뭔가를 이뤄내는건 쉽지 않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수학적으로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아직 모르는 펙터가 너무나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앞으로도 연구가 계속 될거라고 본다. 

▲ 현동진 책임연구원(박사,오른쪽)과 현대차 로봇 개발 파트 연구원들

- 박사님은 뭘 하셨던 분인가
저는 제어와 동력학을 하는 사람이다. 

- 그래서 디자인에 신경을 안쓴다는건가

그건… 아니다. (웃음)

- 디자이너한테 완전히 맡겨서 디자인 콘셉트도 하나 나오고, 구동용 버전도 내놓고, 그 중간과정도 만들고… 스토리 작가한테 맡겨서 스토리도 하나 나오고 그러면 좋지 않겠나.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하는게 인력도 많고, 연구비도 많으면 할 수 있는데 그 정도 할 인력도 없다.

- 정의선 부회장님이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부서 아닌가. 

어…(긴 침목) 그래도 막 돈을 쓸 수는 없고, 아직까지는 인원도 소수다. 이것만 한 사람을 치면 5명?

- 아니, 그럼 대체 디자인은 어떻게 한건가

디자이너라고 전문으로 맡은 사람은 없다.

- 말도 안된다. 설마 직접 디자인까지 다 했다는건가?

그렇다. 저희가 직접 설계하고 전장 꾸리고 제어하고 다 했다. 물론 가공은 업체에게 설계도 넘겨서 한다. 전선이나 칩, 제어기도 사서 쓴다.(웃음)

- CES에서 사실상 메인 중 하나였을텐데 투자가 좀 더 돼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건 제가 더 투자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 맞다. 기자가 얘기해야 할 부분인것 같다. 투자 더 해야겠다. 

제가 말씀 드릴 수 있는건… 짧은 시간에 적은 인원으로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CES에 내놔도 부끄러운 수준은 아니다. 전문가들 끼리 바라 봤을때는.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인이 봤을때 좀 더 화려하고 예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는데, 저희가 그게 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사실 이 분야에 있다보면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게 약해진다. 때문에 다음에 진짜 양산을 하게 된다면 전문적인 디자이너에게 자문을 받아서 반영 할 수 있겠다.

- 안그래도 저희 친지 중에 몸이 불편하신 분이 있는데, 그런 분들도 이제 걷게 된다는건가. 
네! 
사실 저희만 한다고 되는건 아니고, 정부가 의료 규제도 승인을 해줘야 한다.
지금 대학 병원과 함께 증상이 심한분 약한 분 등 여러분들에게 입혀보고 있다. 
입을 수 있다 없다는건 의사가 결정하는건데 제도나 규제 의학 공학 임상학 이런 것들이 섞여서 최종 프로덕트가 된다. 

- 만드신 제품 중에 아이오닉 스쿠터도 있던데 설마 그것도 진짜 움직이는건가. 엄청 얇아서 배터리 넣는게 불가능해 보이던데. 

배터리가 얇은거다 (웃음) 작게 접히고, 얇고, 버튼만 누르면 꽤 빠른 속도까지 가속되고 버튼식 브레이크도 된다. 

우리가 현대자동차 로봇파트인데, 하는 일이 퍼스널모빌리티도 있고, 엑소스켈레톤도 있고, 해야 할 것들이 여러가지가 있다. 아쉬운건 파트장으로 봤을때 하고 싶은 것들에 비해 인원이 너무 적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디자인, 디자이너가 없는데. 그렇다고 외주를 넘기면 개발 비용이 올라간다. 

- 연구원들 모두 어려움이 많겠다.

기자분들이 기사를 써주시면 환자분들에게 막 전화가 온다. 그만큼 어떤 사람들에게는 절실하게 필요한 장비라는 얘기다. 또 환자들이 휠체어에 앉아만 있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피 순환이 덜돼서 심장이나 신장의 병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이런 장비를 이용해 매일 걸으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보고서가 많다. 이걸로 1년이라도 생명을 늘려갈 수 있다면 의미가 있지 않겠나.

때문에 어려움이 많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잘 진행해서 제품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선행 주제기 때문에 양산조직에 넘겨야 하는데, 잘 이어져서 양산으로 이어지면 좋겠다.

- 동감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종국에는 보행 장애를 겪게 될테니 꼭 필요할 것 같다. 현대차도 많은 사람들의 보행 권리랄까 그런걸 고려하는 것 같다. 그럼 언제쯤 되는건가. 1-2년 기다린다고 되는건 아닐것 같은데.

노력 해보겠다.

- 가격은 말해주기 힘들거고, 얼마 정도 들고 기다려야 할까. 한 천만원?

(웃음) 우리건 몰라도 시중에 나와있는건 1억정도 한다. 우린 그보다는 훨씬 더 싸게 내놓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그 정도로 비싸다는건 아니다. 

-  어떤 분들에겐 그 정도도 싸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다. 

환자 중에는 잘 걷고 생활할 수 있으면 2억이라도 아깝지 않으니 어서 만들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이 제도적으로 지원되면 의료보험 수가로 반영돼서 값이 내려가고, 제조사도 내리고 내려서 목표는 많이 싸게 보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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