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현대차가 '동생' 기아차에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동생보다 못한 형'이라는 굴욕(?)을 당할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현대차는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시장에서 총 48만4581대를 판매했다(승용 기준). 기아차(47만5107대)보다 겨우 9474대 많은 숫자로, 이는 작년 7만5917대였던 격차가 1만대 밑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1~11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는 기아차가 1928대 차이로 근소하게 현대차를 앞서고 있었다. 만약 12월에 현대차(5만5552대)가 기아차(4만4150대)보다 1928대 이상 많이 팔지 않았더라면 순위가 바뀌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 고급 브랜드로 독립한 제네시스를 빼면 이제 현대차는 승용 모델 판매에서 기아차를 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대차의 고전 덕분에 현대기아차의 국산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75.4%에서 71.4%로 4.0%p 떨어졌다. 기아차는 0.5% 늘었지만, 현대차가 4.5%나 줄었기 때문이다. 판매량 역시 기아차는 47만5107대로 2.8%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48만4581대로 10.0% 하락했다.

 

작년 현대차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상반기에는 개소세 인하로 인해 가장 큰 이익을 봤지만, 혜택이 종료되자마자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노조 파업 등 외부적인 요인이 겹치기도 했지만, 개소세 인하를 등에 업은 무리한 프로모션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모델별 판매량도 신차인 아이오닉을 제외하고는 모두 줄어들었다(제네시스 브랜드 제외). 현대차의 가장 큰 장점은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강력한 세단 라인업의 존재였다. 그러나 중요한 축인 아반떼가 예년만 못한 데다가, 쏘나타 역시 강력한 경쟁자들에 밀려 휘청거렸다. 게다가 그랜저까지 신형 모델을 앞두고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이어서 마땅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최근 인기가 높은 SUV 시장에서도 투싼과 싼타페 두 차종만으로 버티기는 부족했다. 내년 티볼리급 초소형 SUV를 내놓을 예정인데, 현재 경쟁 중인 4개 차종이 워낙 자리를 잘 잡고 있어 크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나마 제네시스(G80)가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내년 역시 별다른 변수 없이 월 5000대가량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년 나올 G70의 활약이 중요하다. 플래그십 모델인 EQ900의 신차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1.4% 성장했다. 니로-스포티지-쏘렌토-모하비-카니발로 이어지는 강력한 SUV(RV) 라인업은 작년에도 10.1%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3.6% 줄어든 세단 판매량을 훌륭하게 매꿔줬다. 

올해 역시 작년처럼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하락하는 현대차의 점유율을 야금야금 뺏어 먹을 것으로 보인다. SUV(RV)와 달리 세단 판매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약점이지만, 이달 신형 모닝이 출시되는 데다가 세단 라인업을 이끌고 있는 K7가 신형 그랜저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하반기 나올 신형 프라이드 CUV도 주목할 만한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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