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볼보, 이젠 '스타일'에 반한다…뼈대있는 디자인 가문의 부활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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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1 17:29
'안전'의 볼보, 이젠 '스타일'에 반한다…뼈대있는 디자인 가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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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볼보가 '안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신형 XC90에서 S90, V90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볼보들은 과거의 투박했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할 정도로 멋지게 변했다. 지금까지의 볼보가 '안전' 때문에 사는 차였다면, 지금부터의 볼보는 '스타일' 때문에도 사는 차가 된 것이다. 

 

안전은 볼보에게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볼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인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한정 짓는 족쇄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안전한 차'란 극찬은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그저 안전하기만한 차'로 바뀌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변화가 절실하게된 것이다.

물론,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볼보는 2000년대 들어 R 디자인 모델을 내놓고, 고성능 모델인 폴스타를 선보이는 등 외적인 요소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중국 지리 자동차에 인수됐다.

▲ P1800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볼보는 엄청난 중국 자본의 힘을 얻게됐고, 능력있는 디자이너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에서 영입한 토마스 잉겐라트를 점점으로 외관은 폭스바겐에서 함께 건너온 맥스 미쏘니가, 실내는 벤틀리 출신의 로빈 페이지가 담당하는 디자인 드림팀이 꾸며졌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일부에서는 배가 아픈 듯 '돈의 힘'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볼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헤리티지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토마스 잉겐라트는 볼보에 오자마자 클래식카 연구에 집중했다. 브랜드의 디자인을 아무런 연속성 없이 한 번에 갈아엎을 수는 없는 노릇. 최신 유행에 맞게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면서도 가장 볼보스럽게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전통이 살아있는 클래식카 연구가 필수였다.

▲ P1800 ES

볼보의 수많은 클래식카 중 토마스 잉겐라트가 가장 주의깊게 본 모델은 스포츠카 스타일의 P1800과 P1800의 왜건 버전인 P1800ES였다. 이 두 모델은 볼보 디자인 역사의 첫번째 터닝포인트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는 대표적인 클래식카다.

1961년 나온 P1800은 기존의 볼보와 달리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스타일이 적용됐는데, 2+2 구조의 매끈한 쿠페로 만들어졌다. 특히, 이 모델은 007 시리즈 '살인함정(The Saint)'에서 로저 무어의 애마로 등장헤 본드카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P1800가 처음 나온지 10년 뒤인 1971년에는 1800ES가 등장했다. 현재의 왜건에 가까울 정도로 디자인 완성도가 뛰어났는데, 단순히 후면부를 늘린게 아니라 왜건에 어울리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추가해 매끈한 스타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 볼보 쿠페 콘셉트

볼보의 디자인 드림팀은 이 두 모델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3개의 콘셉트카를 만들어냈다. 2013년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는 세단 스타일의 '볼보 쿠페 콘셉트'가, 2014년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SUV 스타일의 'XC 쿠페 콘셉트'를, 2014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왜건 스타일의 '에스테이트 쿠페 콘셉트'를 차례로 선보였다.

▲ XC 쿠페 콘셉트

불과 반년 사이에 3개의 콘셉트카가 쉴틈없이 쏟아졌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어떤 이는 제발 이대로만 나와달라고 기도했고, 어떤 이는 곧 볼보의 역사가 곧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엠블럼만 없다면 아무도 이 차가 예전의 그 촌스러웠던(?) 볼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극찬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너무 독일차스럽게 변한게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긍정적인 평가로 양산형 모델의 출시를 기다렸다.

▲ 에스테이트 쿠페 콘셉트

다행히 볼보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2014년 10월 파리모터쇼에서 'XC 쿠페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신형 XC90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외관은 매끄러운 라인을 잘 살리면서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 등으로 포인트를 줬고,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면서 세로형태의 디스플레이로 첨단 느낌을 줬다.  

이후 2016년 1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는 '볼보 쿠페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신형 S90이 공개됐고, 2016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에스테이트 쿠페 콘셉트'의 양산형 모델인 신형 V90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역시 클래식카에서 콘셉트카로 이어진 말끔한 디자인이 적용돼 볼보의 디자인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 볼보 신형 90 시리즈 4총사. 좌측부터 V90, XC90, S90, V90 CC

가장 다행스러운 점은 새롭게 바뀐 디자인 덕분에 그동안 볼보가 집요하게 추구해온 ‘안전’이 제대로 빛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있어서 안전만큼 중요한 가치도 없지만, 보다 많은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디자인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또, 그래야만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이란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보의 변화는 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볼보보다 앞으로의 볼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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