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클래스를 사려는데, 볼보 신형 S90을 기다려 봐야 할지 고민입니다”

독자가 물어왔다. 볼보가 요즘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를 비교 할 때면 빼놓지 않고 등장할 정도라니 놀랄 일이다. '지금 가장 핫한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기존 볼보의 이미지에 가당키나 했던가 싶다.

그 전까지 볼보는 우수한 안전성으로 인해 선택하는 의미가 컸고 그 외의 상품성에선 내노라 할 매력이 부족했던게 사실이다. 2012년 폭스바겐에서 토마스 잉겐라트(Thomas Ingenlath)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수’다. '여자 외모를 안 본다'는 새빨간 거짓말처럼,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남의 눈 따위 신경 안쓴다'는 말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최근 볼보는 막대한 중국 자본의 지원을 바탕으로 디자인 드림팀을 꾸몄다. 토마스 잉겐라트를 정점으로 폭스바겐 출신 맥스 미쏘니(Max Missoni)가 외관을, 벤틀리 출신 로빈 페이지(Robin Page)가 실내를 담당하는 구조로, 세계 자동차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디자인 문제가 해결되자 기존에 볼보가 가지고 있던 장점은 더욱 극대화됐다. 사실, 볼보는 몇년 전부터 모듈형 플랫폼인 ‘SPA’를 비롯해 모듈형 엔진인 ‘드라이브 E’ 등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고, 괄목할만한 성과도 거뒀다. 덕분에 신형 XC90에서 신형 S90과 신형 V90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볼보는 신차임에도 흠잡을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우수한 초기 품질을 내세울 수 있었다.

집요하게 추구해온 ‘안전’은 최근의 자동차 업계 분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자율주행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선 더욱 그랬다. 파일럿 어시스트2는 시속 130km 이하에서는 스티어링휠 및 페달 조작 없이도 앞차와의 간격을 적절히 유지하며 주행을 이어나간다. 특히, 완전 멈춤 및 출발이 가능하고, 웬만큼 급한 코너가 아니라면 차선을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파워트레인은 신형 XC90과 비슷하다. 배기량은 2.0리터급에 불과하지만, 저배기량 차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느껴진다. 물론, 기존의 2.0리터급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이지, 3.0리터급 이상의 고배기량 엔진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디젤 엔진에는 기본적으로 터보랙을 줄여주는 파워펄스 시스템을 비롯해 최적의 연료 분사를 도와주는 'i-ART'가 적용됐다. 특히, 고성능 모델인 D5는 터보차저를 2개나 장착해 성능 235마력까지 끌어올렸다. 

가솔린 엔진은 XC90의 경우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함께 함께 탑재돼 320마력을 내는 T6도 있지만, S90은 터보차저만 달린 250마력의 T5가 나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T8 추가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각 주행 상황에 따른 달리기 능력은 꽤 만족스럽다. 일단 XC90에 비해 무게가 300kg 이상 가볍다 보니 그만큼 여유롭다. 엔진에 걸리는 부하가 15%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또, 이전 모델에 비해 초고장력 강판(UHSS, 인장강도 80kg/㎟ 이상)을 5배 넘게 사용한 만큼, 차체 강성도 향상된 덕분이다.

XC90처럼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되지은 않았지만, 후륜 서스펜션에 인테그럴링크를 사용해 급격한 조작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예측 가능한 움직임, 고속에서의 안정감, 각종 소음·진동을 잡아내는 정숙함 등 전체적인 능력치가 꽤 높아졌다는게 확연히 느껴졌다.  

 

신형 S90의 가격은 출시날인 26일에 공개될 예정이지만, 업계에 따르면 약 5900~74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절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배기량의 E클래스(6650~7900만원) 및 5시리즈(6330~7750만원)보다 350~750만원가량 낮다. 세부적으로는 D4 모델이 5900~6600만원, D5 모델은 6700~7400만원, T5 모델은 6400~720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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